스타트업

절박함의 무게

Nj 2025. 4. 12. 18:36



나는 오랜만에 이력서를 새로 작성하고 있었다. 창업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생각 없이 뛰어들었다가 망한 스타트업들과 살아남은 스타트업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커피숍 창가에 앉아 이력서를 다듬으며, 지난 몇 년간 내가 목격한 창업의 풍경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 대학 동기는 '빨리 시작해서 빨리 실패하자'는 모토로 준비도 없이 뛰어들었다가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오래전 직장 상사였던 김 대표님은 외주에 모든 것을 맡기고 "시장 반응만 좋으면 된다"며 제품의 본질은 뒷전으로 미뤘다. 결국 그의 서비스는 사용자 불만에 시달리다 사라졌다.

반면, 내가 존경하는 박 대표님은 달랐다. 그는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창업했다.

망하면 집도 잃는다

는 절박함이 그의 눈에 항상 깃들어 있었다. 그런 그가 직원을 뽑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할까? 단순히 능력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절박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를 찾고 있지 않을까?

오늘 내 이력서를 작성하며 상상한 대표님도 그런 사람이었다. 외주 개발이 아닌 내부 팀을 꾸리기로 결정한 그는 "함께 망하거나, 함께 성공하거나"라는 각오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 사람 앞에 내가 앉는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저는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게 아닙니다. 대표님의 절박함을 이해합니다."

이런 말로 시작하면 너무 가식적일까? 아니, 진심이다. 나는 정말로 그 절박함을 이해한다. 내 부모님도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시며 매일 밤 장부를 들여다보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의 눈에 담긴 불안과 희망을 보며 자란 나는, 사업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다.

"클린 코드와 개발 문화는 사치가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한 필수입니다."

이 말도 준비해 봤다. 많은 스타트업이 빠른 개발을 위해 기술 부채를 쌓다가 결국 무너진다. 하지만 진짜 절박한 사람은 안다. 지금 당장의 편함이 아니라 내일의 생존을 위해 견고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을.

면접관 앞에서 면접보는 나를 상상해본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창업자는 단순한 고용주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 길을 선택한 사람이다. 그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그 무게를 함께 나눌 동료다.

"안녕하세요. 저는 단순히 실력만 가진 엔지니어가 아닙니다. 대표님이 가진 절박함과 두려움, 그리고 꿈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입니다. 오늘이 평범한 면접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전환점이 되는 만남이 되길 바랍니다."

이 말을 준비하며 나는 깨달았다. 진정한 스타트업의 성공은 단순한 아이디어나 투자금의 크기가 아니라, 그 절박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팀원들의 존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는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 그 절박함을 함께 짊어질 준비가 된 동료로 기억되고 싶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제 나는 준비가 됐다. 단순히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꿈에 동참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사실 지금 회사 상황이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작성했던 이력서는 최후의 수단일뿐 어떻게든 이 회사를 살리고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