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어엉부엉님의 공부 방식
공부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공부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다. 나만의 체계를 세우고,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억을 관리하는 일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연구자로 일하기까지, 나는 30년 넘게 공부를 해왔다. 하지만 공부하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 건 겨우 5년 전부터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학습이란 우연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많은 주니어 연구자들이 내게 묻는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그럴 때마다 나는 한 가지 확신을 가지고 대답한다. Anki(플래시카드)와 Obsidian(제텔카스텐)을 활용하라고. 사실, 이 두 가지를 이미 알고 잘 활용하고 있다면, 이 글을 굳이 읽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뒤늦게 공부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플래시카드와 제텔카스텐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내가 하는 이야기는 기존에 훌륭한 선구자들이 다룬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플래시카드 활용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은
- Michael Nielsen의 글 Augmenting Long-term Memory
에서 배울 수 있다.
제텔카스텐 방식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은
- Sönke Ahrens의 책 How to Take Smart Notes
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내 학습 시스템에 적용하면서, 내 지식체계를 의도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우연에 맡기지 않는 지식 관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 우리는 시험을 대비해 공부하고, 직장에서는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식으로 학습을 지속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다.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 외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학부 시절, 나는 선형대수를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A+을 받을 만큼 수업 내용을 깊이 이해했고, 방학 동안에도 혼자 추가 공부를 했다. 당시에는 선형대수의 개념들이 너무 직관적으로 와닿았고, “이걸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학부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대학원에서 다시 선형대수를 접했을 때, 놀랍게도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다행히 대학원 과정에서 자주 접하는 내용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익숙해졌지만, 대학원 졸업 후 10년이 지나 학부 수준의 선형대수 내용을 다시 보니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부분이 희미해져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10년 동안 필요 없었으면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한다. 자주 사용하는 지식은 자연스럽게 익혀지고, 그렇지 않은 지식은 잊혀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선형대수를 잊어버린다면, 선형대수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를 제대로 포착할 수 있을까? 나는 지난 10년 동안 기계학습 연구와 회사에서의 업무를 통해 특정한 지식을 자주 접했다. 하지만 만약 내 지식의 형성이 외부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의도적으로 구축한 것이었다면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어떤 지식을 기억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 선형대수뿐만이 아니다. 학부 시절 내가 쏟아부은 시간을 생각해보면, 다시 공부해야 하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 끝에 나는 Michael Nielsen의 글을 읽었고, 내 학습 방식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플래시카드: 기억을 통제하는 도구
그 이후로 나는 공부할 때마다 항상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내용을 장기적으로 기억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답이 ‘예’라면, 나는 반드시 Anki를 사용해 플래시카드를 만든다.
Anki는 spaced repetition 알고리즘을 이용해 학습한 내용을 주기적으로 복습하도록 돕는다. 간단히 말해, 내가 잊을 만한 시점에 다시 상기시켜주는 시스템이다. 이 덕분에 Anki에 저장된 내용들은 내 장기 기억 속에 확실히 자리 잡게 된다. 반대로, Anki에 추가하지 않은 정보는 결국 잊힐 가능성이 크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서 나는 기억이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억은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나는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Ritalin)의 작용 기전에 대한 내용을 플래시카드로 만들어 외웠다. 당시에는 이 정보가 얼마나 유용할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세로토닌 1A형 수용체(serotonin type 1A receptor) 관련 논문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ADHD 치료제와 세로토닌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었다. 기억된 정보들이 연결되면서, 나는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플래시카드에는 한계가 있다. 카드 하나에 담을 수 있는 정보는 단편적인 조각들뿐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외울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시스템을 활용한다.
제텔카스텐: 지식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트 시스템
기억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언제든 참고할 수 있어야 하는 정보는 따로 기록해야 한다. 나는 이를 위해 Obsidian을 활용해 제텔카스텐(Zettelkasten) 방식의 노트 정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최근 Direct Preference Optimization(DPO)이라는 알고리즘이 유행하면서 수많은 변형 알고리즘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넣어둘 수는 없지만, 관련 개념들을 내 관점에서 정리해둔다면 새로운 변형 알고리즘이 등장할 때 기존 지식과 연결 지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제텔카스텐의 원리를 엄격하게 따르지는 않지만, 기본 개념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학습 효율이 크게 향상되었다. 핵심은 정보를 단순히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 지으며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공부는 단순한 습득이 아니라 전략이다
결국, 나의 공부법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플래시카드를 활용해 내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정보를 장기 기억에 저장한다.
2. 제텔카스텐 방식으로 노트를 정리해 개념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필요할 때 즉시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학습을 관리하면서 나는 과거보다 훨씬 더 능동적이고 전략적으로 지식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을 기억할지, 어떤 정보를 저장하고 연결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공부의 핵심이다.
나는 이 방법을 20년 전부터 적용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당신은 지금부터라도 지식을 의도적으로 구축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연구자의 성장 비결: 시간 관리와 지속적 학습의 예술
연구 세계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모든 연구자의 필수 과제입니다. 특히 주니어 연구자들이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 "어떻게 연구의 변화를 계속 쫓아가세요?"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연구에는 정해진 길이 없기에 이 질문에 완벽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 현장에서 검증된 접근법과 마음가짐은 분명 존재합니다.
공부의 시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연구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간을 내어 공부하고, 양질의 논문을 꾸준히 읽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실행하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주니어 연구자들은 당장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분주하고, 시니어 연구자들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요구와 책임에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부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연구 세계에서 도태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목표 설정의 중요성
공부 시간 확보의 첫 단계는 명확한 목표량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한 시간을 공부하겠다거나, 매일 논문 한 편을 읽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목표 설정에는 반드시 측정 과정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목표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일단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측정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실제로 얼마나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측정을 통해 현재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목표량을 상향 조정해야 할지, 혹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전략적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이는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자기관리 영역에 적용되는 보편적 원칙입니다.
많은 주니어 연구자들이 "연구자라면 당연히 최대한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접근하다가, 다른 업무와의 균형을 의도적으로 찾아가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연구 생산성과 개인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시간 확보 전략
인더스트리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에게 특히 효과적인 방법은 회사 캘린더에 매일 공부할 시간을 미리 예약해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캘린더에 시간을 확보해 놓으면 두 가지 주요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이 그 시간에 미팅을 잡을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둘째, 자신이 실제로 공부할 시간이 있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부 시간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 다른 업무에 쫓기다가 "공부를 해야 하는데..."라는 막연한 죄책감만 안고 살게 될 위험이 큽니다. 만약 정말로 다른 업무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없다면, 무의미한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상사와 함께 장기적인 커리어 발전 방향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균형 잡힌 시간 관리의 비결
효과적인 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업무 활동도 캘린더에 체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상치 못한 급한 일이 발생해 계획된 공부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공부 시간을 단순히 취소하기보다는 캘린더에서 다른 빈 시간을 찾아 공부 일정을 재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기적으로는 긴급한 업무에 대응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공부와 업무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는 지속가능한 연구 생활의 핵심 요소입니다.
학생 연구자들을 위한 제언
이러한 시간 관리 전략은 주로 인더스트리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학생 연구자들에게도 충분히 적용 가능합니다. 많은 경험 있는 연구자들이 학생 시절부터 이러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적용했더라면 더욱 생산적이고 균형 잡힌 학문적 여정을 경험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학생 연구자들 역시 수업, 과제, 연구 활동, 그리고 개인 시간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캘린더 앱이나 시간 관리 도구를 활용해 학업과 연구 활동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정기적으로 자신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연구의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것을 넘어, 스마트하게 시간을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시간을 확보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이 세 가지 원칙은 모든 연구자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기본 토대가 될 것입니다.
연구자로서의 여정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학습과 성장의 리듬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의 열쇠입니다. 오늘부터 자신만의 공부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을 소중히 지켜나가는 작은 변화가 미래의 큰 성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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