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속에서도 철물점은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유통기한이 없는 건자재와 공구를 다루며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특성 때문이다[1]. 특히 1인 가구의 증가로 전기 설비와 욕실 수리 같은 생활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1].
동네 철물점, 생존의 비밀
신축 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에서는 철물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30년 이상 된 오래된 동네에는 10평에서 30평 규모의 철물점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이런 철물점의 사장님들은 대개 가게 안에서 잘 보이지 않거나, 문 앞에 의자 하나를 두고 앉아 동네 사람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모습이 익숙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철물점 사장님들이 높은 확률로 입점한 건물의 소유주라는 사실이다. 철물점 자체가 높은 마진율을 자랑하며, 실질적으로는 철물 판매보다 공사인력 소개나 건자재 도매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현금 거래 비중이 높아 세금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한 동네의 경제 흐름에 밝아 어려움을 겪는 점주들로부터 상가를 하나둘 매입하며 건물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철물점의 경제적 가치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철물점의 2022년 평균 매출은 1억 9313만원으로, 자동차 수리점(1억 8700만원)이나 실내 스크린골프점(1억 4700만원) 같은 다른 주요 업종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1]. 대부분의 철물점이 종업원 없이 사장이 직접 운영하며, 제품 마진율이 30~40%대에 달하는 것이 높은 수익성의 비결로 분석된다[1].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철물점의 평균 존속 기간이 15년 10개월로, 100대 주요 업종 평균(8년 9개월)의 두 배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1]. "주택이 있는 곳이면 스위치, 전구, 문고리, 각종 공구 수요가 꾸준하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철물점은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안정적인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1].
창업 장벽의 하락과 새로운 기회
과거 철물점은 다양한 건자재와 공구를 구비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한 대표적 업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물류 시스템의 개선과 온라인 판매의 활성화로 창업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1]. 충남 부여군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S 대표는 "매달 15건 이상 창업 문의가 들어올 정도"라며, "평생직업을 갖고자 하는 50~60대가 2000만~3000만원으로도 창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1].
청년 창업 분야로서 철물점의 부상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신축 단지에서는 이마트, 다이소와 같은 대형 유통점이 기본적인 철물 수요를 충족시키지만, 구축 단지에서는 상업시설 인테리어 업체, 철거업체, 리모델링 업체 등이 여전히 동네 철물점을 찾는다. 수기 영수증 발행과 리베이트 제공 같은 유연한 거래 방식이 온라인 구매로 대체되기 어려운 이유다.
철물점의 다양한 수익 모델
철물점은 단순히 물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테리어 업무와 각종 생활 속 출장 수리를 병행하며 추가 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1]. 특히 1인 가구의 증가로 과거에는 가정에서 직접 해결하던 문고리와 전구 교체, 비데 설치 등의 생활 서비스를 전문가에게 맡기는 수요가 늘면서, 출장 수리로 인한 수입 비중이 높아졌다[1].
철물상은 타일, 페인트 등 인테리어 용품부터 전기전선, 철사 같은 잡화까지 다양한 제품을 취급한다[1]. 대부분 유통기한이 없다시피 한 제품이라 재고 관리의 부담이 적고, 일부 수리 부속 및 희귀 공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한다[1]. 경기 남양주시의 한 철물상은 "신제품이 생산되지 않아 구하기 어려운 물품은 마진율이 서너 배 뛰어 100%를 넘기기도 한다"고 말한다[1].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과 도전 과제
온라인 쇼핑이 발달한 시대에도 철물업에서는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1]. 서울에 사는 한 소비자는 "다이소에서도 철물을 팔지만, 철물점에서는 꼭 필요한 물품을 바로 찾아주고 상담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1]. 전문적인 조언과 맞춤형 서비스가 철물점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철물업계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산 제품보다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주방 철물과 조명류, 공구 등을 판매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1]. 산업용재협회장을 지낸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중국발 저가 공세를 넘어서려면 제품 경쟁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1].
철물점은 표면적으로는 작고 소박해 보이지만, 실상은 동네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 유통 플랫폼이다. 경기 변동에 강하고,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은 불황 속에서도 철물점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1] 202410219485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0219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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