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일이 참 많아진다. 특히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 일을 하다 보면 더 그렇다. A씨는 변호사란 직업을 갖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오며 한 가지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바로 ’말이 많으면 구라다 ’ 라는 아주 단순한 진리다.
처음엔 그런 생각이 좀 과장된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확신으로 굳어졌다. 사람들은 정말 절박하고 진실된 순간엔 오히려 말수가 줄어든다. 불필요한 말을 덧붙일 여유가 없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순간,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설명이 길어진다. ‘나는 정말로 이런 사람이다’, ‘이건 절대 사실이다’라며 자기 말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 말 속엔 불안이 녹아 있고, 그 불안이 쓸데없는 말들을 계속 쏟아내게 만든다.
이걸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던 곳이 바로 법정이다. A씨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들었고, 그중에는 진실과 거짓이 교묘히 뒤섞인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건의 핵심과 거리가 먼 사람일수록, 거짓이 섞인 사람일수록 말을 참 많이 했다. 정작 할 말이 뚜렷한 사람들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는다. 필요한 말만 툭툭 던진다. 그 말의 무게가 다르다.
이건 법조계만의 일이 아니다. B씨는 한동안 노가다판에서도 몸을 부딪치며 살았다. 거친 현장, 말보다는 몸으로 증명해야 하는 곳. 하지만 그곳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입만 살고, 말 많던 사람들이 일을 가장 못했다. 시작하기 전부터 자기 경력을 줄줄 읊고, 남의 일까지 훈수 두던 사람들일수록 막상 현장에선 힘 한 번 제대로 못 썼다. 결국 일은 조용히 묵묵히 하던 사람들이 다 해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걸 아주 간명하게 설명해주는 법칙이 있다. 바로 오캄의 면도날이다. 복잡한 설명보다는 단순한 설명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그 유명한 원칙. 문제를 바라볼 때 불필요한 가정을 배제하고 가장 단순한 해석을 선택하라는 이 법칙은, 사람을 볼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쓸데없이 말이 많다는 건, 거기에 불필요한 설명과 억지스러운 포장이 덧붙었다는 뜻이다. 정말 진실된 사람,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나는 이렇다’ 한마디면 끝이다. 오히려 설명이 복잡하고 길어질수록 그 속엔 숨기고 싶은 뭔가가 들어 있을 확률이 높다.
이제는 사람을 볼 때 본능적으로 이 법칙을 떠올리게 된다. 불필요하게 길고 복잡한 설명을 늘어놓는 사람이라면, 일단 의심하고 본다. 반면, 말없이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에겐 자연스레 신뢰가 간다.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 그 자체로 증명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다.
결국 세상사는 단순하다. 말이 많아지면 거짓도 많아진다. 사람을 볼 땐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 쓸데없이 말이 많으면, 보통 구라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 데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절대 잊지 않는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지 규제의 세계: 부동산 투자 전 알아야 할 공적규제 (0) | 2025.03.26 |
---|---|
뜨거운 샤워와 과로의 위험한 연결고리 (0) | 2025.03.25 |
인생의 기회는 사람의 입으로 찾아온다 — 망설이는 순간, 기회는 지나간다 (0) | 2025.03.24 |
출판계, '베스트셀러' 작가도 생계 고민 (0) | 2025.03.24 |
서울 한강변 아파트촌, '편의점 사막'의 딜레마 (0) | 2025.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