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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의 어원 악착보살

Nj 2025. 4. 8. 10:12


극락으로 향하는 줄에 매달린 신앙의 상징, '악착보살'


한국 불교 설화 속 끈기와 집념의 아이콘


경북 청도 운문사의 비로전 천장에는 무언가가 매달려 있다. 자세히 보면 한 손으로 밧줄을 꽉 붙잡고 있는 보살상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 불교 설화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악착보살'이다.

악착보살은 단순한 불상이 아닙니다. 우리 민족의 끈기와 집념, 그리고 신앙의 간절함을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이죠.


운문사에서 20년 넘게 신도들을 안내해온 K 스님의 설명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매거진


악착보살의 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설화 중 하나다. 서방 극락정토로 향하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 이 세상에 도착했을 때, 한 보살이 자식들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느라 배에 오르지 못했다. 이미 떠나가는 배를 향해 간절히 외치자, 배에서는 한 가닥의 밧줄이 던져졌고, 보살은 이를 악물고 그 줄에 매달려 극락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 자비의 실천


악착보살의 이야기에는 또 다른 버전도 존재한다. 평생을 보시와 선행으로 살아온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마침내 극락으로 향하는 반야용선이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그러나 가는 길에 굶주린 사람들과 병든 이들을 만나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나누어 주고, 아픈 이들을 돌보느라 정작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늦고 말았다.

"부처님께서는 이 여인의 순수한 마음과 자비로운 행동을 보시고 이미 떠나가는 배에서 밧줄을 던져주셨습니다. 여인은 그 밧줄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 매달렸고, 결국 극락정토에 도달할 수 있었죠." 불교학을 연구하는 J 교수의 설명이다.

이 이야기는 불교에서 강조하는 자비와 보시의 가치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구원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한 여인의 행동이 오히려 그녀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국 사찰에 남아있는 악착보살의 흔적


현재 한국의 사찰 중에서는 경북 청도 운문사 비로전과 경북 영천 영지사 대웅전에서 악착보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사찰 모두 천장에서 밧줄에 매달린 보살상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는 방문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처음 악착보살을 봤을 때는 그저 특이한 장식품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제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운문사를 방문한 K(42) 씨의 말이다.

영지사의 악착보살상은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한 손으로는 밧줄을 꽉 쥐고 다른 손으로는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얼굴에는 고통과 간절함이 동시에 묻어나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악착보살상은 단순한 불교 조각품을 넘어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그리고 구원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형상화된 것이죠.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P 연구관의 설명이다.

'악착같다'는 표현의 어원이 된 불교 설화


악착보살의 이야기는 우리 일상 언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어 표현 중 '악착같다'라는 말은 바로 이 보살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악착(齷齪)'이라는 한자에는
모두 이(齒)가 들어있어
이를 꽉 물고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는 악착보살이 밧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이를 악물고 매달린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표현은 어떤 일에 기를 쓰고 덤벼들거나 끈기 있고 모질게 달려들어 해내는 태도를 의미하게 되었다.

언어학자 L 교수는 "우리 언어 속에는 불교 문화의 영향이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악착같다'는 표현은 단순한 어휘를 넘어 한국인의 정신적 가치관을 담고 있는 문화적 코드라고 볼 수 있죠"라고 설명한다.



현대인에게 전하는 악착보살의 메시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악착보살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불교 철학을 연구하는 김태완 교수는 "악착보살은 단순히 구원을 위한 집착이 아니라, 깨달음을 향한 간절한 열망과 수행의 정진을 상징합니다"라고 말한다.

악착보살이 밧줄에 매달린 모습은 오로지 수행자의 일념으로 한 길만을 걷는 것을 상징한다. 줄을 놓치면 바다에 빠지게 되니 한순간도 정신을 놓지 않는 지극한 수행의 마음가짐을 일깨우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유혹과 방해 요소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악착보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일깨워줍니다." 명상 지도자 P 씨의 말이다.

불교 설화를 넘어 한국 문화의 상징으로


악착보살은 단순한 불교 설화를 넘어 한국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현대 예술가들이 악착보살의 이미지를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현대미술가 JJ씨는 지난해 '현대인의 악착'이라는 전시를 통해 밧줄 대신 스마트폰, 노트북 등 현대적 도구에 매달린 인간의 모습을 표현해 주목받았다.

악착보살의 이미지는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열망과 집착을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입니다.


“저는 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무엇에 매달려 살아가는지 질문하고 싶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또한 문학계에서도 악착보살의 모티프를 활용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 '밧줄'은 현대 사회에서 구원을 찾아 헤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악착보살의 설화와 연결시켜 호평을 받았다.

끊임없는 정진의 상징, 악착보살


악착보살의 이야기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것은 단순히 종교적 교리나 설화를 넘어, 인간의 근원적인 열망과 의지를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운문사의 K 스님은 "악착보살은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밧줄을 놓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듯, 수행자는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정진해야 합니다. 이는 불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삶의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밧줄 한 가닥에 온 생명을 걸고 매달린 악착보살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악착같이' 매달려야 할 순간이 있음을, 그리고 그 끈기와 열정이 결국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인도할 것임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경북 청도의 고즈넉한 산사에 매달려 있는 작은 보살상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삶의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를 묵묵히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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