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경영학 박사, 붕어빵 할아버지의 숨겨진 비즈니스 전략

겨울이면 길모퉁이마다 피어오르는 붕어빵 향기는 우리 모두의 추억이다. 그저 소박한 간식을 파는 노인네라고만 생각했던 그 할아버지, 알고 보니 현대 마케팅의 정수를 실천하고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붕어빵 할아버지의 비즈니스 전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한 고객의 경험을 통해 길거리 장사의 달인이 알려주는 생존의 지혜를 들여다본다.

거리의 장사꾼, 그 이면의 전략가

매일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붕어빵을 굽던 할아버지. 언뜻 보기에 그저 어수룩한 노인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그의 뒷주머니에서 꺼낸 봉투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천 원짜리 지폐 다발과 오천 원권을 현금 바구니에 던져 넣는 모습을 목격한 한 고객이 무심코 던진 질문이 비즈니스의 비밀을 열어젖혔다.

"이거 효과 있나요?"

그 순간, 붕어빵 할아버지의 변신은 극적이었다. 평소 소박하고 순박한 인상을 주던 할아버지가 마치 삶의 진리를 알려주는 목소리 톤으로 달라지더니 경영학 박사 못지않은 인사이트를 쏟아냈다.

"요즘은 계좌이체가 더 많지만,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걸로 판단하기 때문에 현금이 쌓여 있어야 손님이 많다고 느낀다네."

놀랍게도 이것은 행동경제학의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이론을 정확히 꿰뚫는 전략이었다. 학문적으로는 '밴드웨건 효과'라고도 불리는 이 심리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더 신뢰하게 만든다. 그 할아버지는 이론도 모른 채 현실에서 이를 완벽히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기 시간의 마법, 고객 붙잡기 전략

이날의 깨달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슈크림 붕어빵을 주문했음에도 계속 팥 붕어빵만 굽고 있는 할아버지의 행동에는 또 다른 비즈니스 전략이 숨어 있었다.

"지금 네가 슈크림 붕어빵을 시켰는데, 내가 팥붕어빵만 굽고 있는 건 너 뒤로 한두 명 더 생길 때까지 붙잡아 두려는 거야."

이는 현대 마케팅에서 말하는 '앵커링(Anchoring)' 전략의 변형이다. 고객을 조금 더 매장에 머물게 함으로써 주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또한 대기 시간 동안 붕어빵의 향기와 소리가 더 많은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는 감각 마케팅을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었다.

공짜 전략의 숨은 의도

붕어빵 할아버지의 세 번째 전략은 더욱 놀라웠다. 단골에게 매일 덤으로 한두 개씩 붕어빵을 주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또 다시 마케팅 대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덤으로 준 건 네가 걸어가면서 먹으니까, 그걸 보고 사람들이 주변에 붕어빵 파는 걸 알게 되고 사 먹게 되는 거라네. 그래서 주는 거지."

이 평범한 붕어빵 장수는 무의식적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골 고객을 '붕어빵 앰배서더'로 활용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누리는 전략. 대기업들이 수억 원을 들여 구축하는 마케팅 시스템을 이 할아버지는 붕어빵 한두 개의 투자로 완성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배우는 생존의 지혜

이 붕어빵 할아버지가 실천하는 마케팅 전략은 어쩌면 현대 비즈니스의 본질을 더 정확히 꿰뚫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비자 심리학, 행동경제학, 감각 마케팅, 인플루언서 전략까지. 이론이 아닌 생존을 위한 지혜로 체득한 이 전략들은 오늘날 화려한 마케팅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거리의 경영학 박사, 붕어빵 할아버지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때로는 가장 단순한 곳에 가장 깊은 지혜가 숨어 있다는 것. 그리고 생존을 위한 지혜가 때로는 어떤 학문적 이론보다 정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국 비즈니스의 본질은 화려한 이론이나 복잡한 전략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다. 붕어빵 할아버지는 그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뜨거운 철판 위에서 매일 구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

• X. 냠냠돈돈 wantmorenmore
• https://michaeljbrennan.com/2012/04/09/building-a-strong-nonprofit-part-6-strategic-anchors/